라미나 홈스토어를 소개합니다.
- artnfactory
- 2018년 10월 12일
- 5분 분량

“ 결국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의 의미 ”
압도하는 자연물을 마주하거나, 소중하지만 소멸하는 것을 갖고 싶을 때, 혹은 사랑하는 무언가를 잊지 않기 위하여 우리는 셔터를 누른다. 아득한 과거의 인류는 암벽이나 흙 바닥 위를 새기고 그리며 욕망을 기록했고, 오늘날 사람들은 주머니 속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로 간직하고 싶은 순간을 채취한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생활 속 편의와 기술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지만, 순간을 기록하고 소유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과거와 맞닿아 있다. “작가의 작품이나 한 개인의 사진이 우리 삶을 조금 낫게 만든다는 면에서 근본적으로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아트앤팩토리가 액자를 넘어서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그것을 벽에 거는 행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사람들 마음속 무수한 감정을 세상 밖에 걸고 있다고 덧붙이는 아트앤팩토리 이호준 대표. 그는 성수동 팩토리 시기를 마감하고 지난가을, 쇼룸 격인 라미나 카페와 갤러리 격인 쇼케이스 룸 등으로 구성한 플래그십 스토어 ‘라미나 홈스토어’를 오픈했다. 라미나 홈스토어에서 만난 그는 액자 너머의 가치에 관한 이야기를 꺼낼 때 목소리가 한껏 높아진다. 왜 액자 업체에서 액자가 아닌 액자를 거는 행위와 그것이 담긴 공간을 더 강조하는 것일까?
“아트앤팩토리가 ‘라미나’ 액자를 만드는 회사로 알려진 부분이 크지만, 2001년 아티스트 에이전시로 출발한 기업입니다. 작가의 작품, 즉 콘텐츠를 대중의 삶에 녹이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죠. 구체적으로 포토그래퍼 쇼케이스 채널인 로드 쇼케이스LoadShowcase.com을 론칭했고, 강남 가로수길에서 ‘생활 속 문화 제안’이라는 슬로건으로 ‘사진을 사고파는’ 포토 페어를 국내 최초로 기획하는 등 아트 콘텐츠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과 다름없는 소규모 회사가 견고한 재정적 뒷받침 없이 성장을 이어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싸움이었고, 추진하던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직접 중단할 수밖에 없었죠. 아트앤팩토리가 제작 기반의 아트 컴퍼니로 선회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아트앤팩토리가 걸어온 20여 년의 역사를 들어 보니 이호준 대표가 액자 너머의 콘텐츠를 더 강조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10여 년 전 ‘프레임이 없는 프리미엄 액자’ 라미나LAMINA를 론칭할 때만 해도 국내에 그와 비교할 만한 제품을 만드는 업체를 찾기 어려웠다. 독일을 비롯해 유럽의 순수 사진가를 중심으로 전시용 목적으로 제작하던 프레임리스 액자는 국내에서 꽤 생소한 것이었고, 관련 업체를 찾기도 쉽지 않았던 것. “당시 에이전트를 담당하던 김중만 사진가의 작품 제작을 맡으면서 프레임리스 액자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프레임리스 액자를 견고하게 제작하는 업체가 거의 없다 보니, 전국에서 꾸준히 우리 업체를 찾았어요. 사진 작품으로는 최초로 CJ오쇼핑에서 김중만 사진가의 작품과 미술관 전시 작품을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콘텐츠 시장의 비전과 아트앤팩토리가 나아갈 방향을 발견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 속 예술이요.” 홈쇼핑 방송에서 유명 사진작가의 작품을 판매하는 것은 모두에게 실험적 도전이었을 것이다. 회의적 시선도 있었지만, 예상을 뒤엎고 방송 중 준비 수량을 모두 판매하는 매진을 기록했다. “당시 방송에 직접 출연해 제품을 소개하면서, 실제 매출이 증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아름다운 작품으로 자신의 공간을 꾸미고 싶은지 알게 됐죠. 정말 좋은 작품을 마주했을 때 순수한 기쁨을 느끼듯이, 누구나 쉽게 원하는 작품을 집 안에 걸고, 그것으로 더 나은 일상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는 아트앤팩토리가 조력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가 늘 마주하는 공간에서 기쁨을 느끼는 일, 결국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의 의미다.
“ 세계 최초 페이스마운트 방식의 프레임리스 타입 액자 ”
라미나의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디자인은 어느 공간에서나 잘 어울려 실용적이고, 프레임이 없기 때문에 오롯이 작품에 집중할 수 있어 작가들이 전시용으로 선호한다. 라미나를 선도로 현재 프레임리스 액자를 제작하는 업체가 늘어났지만, 아트앤팩토리가 피그먼트프린트를 기반으로 한 페이스마운트 방식(아크릴에 접착제를 전면에 도포해 페이퍼를 접합하는 방식)의 래미네이팅 기법을 개발하고 유통한 세계 최초 기업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처음 시작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지만 강조하고 싶진 않습니다. 원조라는 수식어보다 기술적 견고함을 유지하고 지속해서 발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흔히 라미나와 독일 그리거Grieger 사가 제작하는 디아섹Diasec을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 고객뿐 아니라 사진가들도 그 차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1970년대 pop 업체로 출발한 그리거 사가 개발한 디아섹은 사진가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사진 인화지(RC paper)로만 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접착테이프로 아크릴과 페이퍼를 부착하는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기포 생성 등의 오류가 잦고 접착 부분이 들뜨는 경우가 생기곤 했습니다. 라미나는 아크릴 전면에 수성 접착제를 바르는 방식을 처음 도입한 제품이에요. 그래서 사진 인화지 외에 판화지, 아트 페이퍼 등의 여러 다른 종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진가 외에 회화 작가나 판화가,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라미나로 제작할 수 있게 된 셈이죠.”
아트앤팩토리가 세계 최초로 시도한 제작 방식은 현재 그리거 사를 비롯해 대부분의 동종 업체가 후발주자로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프레임이 없는 액자를 ‘디아섹’이라고 부르거나 대명사 격으로 취급하는 것에 조금은 아쉬울 법도 하다. 이호준 대표는 일부 사진가들이 작품 설명을 넣을 때 제품에 대한 이해 없이 ‘디아섹’이라 표기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실제로 독일로 디아섹을 제작 주문하는 사진가가 국내에 몇 명이 될까요? 제작 단가도 2~3배가 되고, 배송비와 보험료를 추가하면 그 가격은 훨씬 높아질 것입니다. 액자 자체가 작품과 일체 형식이기 때문에 배송 단계에서 파손이 생기면 다시 제작하는 것은 대단한 인내와 자금이 필요한 일이죠. 갤러리에서 제작 지원을 받는 유명 사진가 몇 명을 제외하고 실제 디아섹으로 자신의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는 거의 없습니다. 설사 그렇다 해도 높아진 가격은 결국 고스란히 고객의 몫이 되겠죠.” 아트앤팩토리에도 디아섹으로 제작해달라는 문의가 종종 온다. 그럴 때마다 최상의 품질과 책임감 있는 서비스로 ‘라미나’ 브랜드를 알리려는 노력을 더욱 고민한다. 아트앤팩토리만이 만들 수 있는 창조적이며 견고한 제품이 프레임리스 액자의 대명사가 될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공간으로서의 라미나 홈스토어”
라미나 홈스토어에 도착했을 때 이호준 대표가 막 라미나로 제작한 구본창 사진가의 <비누> 시리즈 작품을 최종 확인하는 중이었다. 남양주로 제작 공장을 확장 이전하면서 상황에 따라 남양주 혹은 홈스토어가 위치한 도산대로에서 제품을 발송한다. 고객은 쇼룸 격인 라미나 카페에서 턴테이블 위에서 흐르는 음반을 듣거나, 공간 구석구석에서 라미나 제품을 발견하기도 한다. 도산대로로 이전하면서 고객뿐 아니라 일반 손님들도 편안하게 들러 작은 영감을 주고받는 공간이 될 수 있기를 고대하며 사무 공간 외에 쇼룸과 갤러리를 추가했다. “40년 된 가정집을 개조한 라미나 카페는 집이 주는 평온함과 애쓰지 않고 누리는 휴식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주택의 거실에 해당하는 1층 내부는 김중만, 안웅철, 방상혁 사진가 등 라미나 프레임을 사용하는 작가들의 액자와 테이블, 빈티지 가구로 꾸몄으며, 모든 제품은 구매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디터람스 오디오Dieter Rams BRAUN에서 흐르는 음악과 빈브라더스Beanbrothers · 앤트러사이트Anthracite 원두로 내리는 커피, 100년 역사의 싱가포르 티컴퍼니의 그리폰티Gryphontea와 홈메이드 요깃거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호준 대표가 붉은 벽면으로 이어진 지층으로 내려가며 설명한다. 빛이 잘 드는 1층과는 달리 갑자기 낮은 조도의 붉은 빛이 감도는 지하는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뱅앤올룹슨 스피커에서 EDM 음악이 흐르고, 과거 화장실이나 세탁실이었을 것 같은 공간에는 낡은 문짝이 테이블로 변해 있다. 김중만 사진가의 작품 테이블이 놓인 붉은 방 벽면에는 제목을 알 길 없는 흑백 영화가 상영 중이다. “지하는 전혀 다른 분위기지요? 오래된 주택지하실 특유의 낮은 천장과 제한적 채광, 작은 방들로 이뤄진 구조는 비밀스러운 모의를 작당하는 아지트나 시 낭독을 하는 문화 살롱을 떠올리게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이용해주면 좋겠네요.” 1층이 밝은 낮이라면 지하는 밤의 은밀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다. 소규모 모임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좋겠다. 얼마 전 유기견을 입양했다는 그는 라미나 홈스토어가 사람과 동물, 누구라도 소외되지 않고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란다.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 느릿느릿 고유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어진다.

“타인의 삶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쇼케이스하기”
아티굿띵은 아트앤팩토리의 콘텐츠 브랜드 이름으로, 매달 독자적으로 선별한 작품 컬렉션을 고객에게 배송하는 ‘아티굿띵 정기구독 서비스’를 진행한다(2019년 1월 예정). 이와 연계해 라미나 홈스토어 앞뜰을 사이로 분리된 공간에 소규모 갤러리인 아티굿띵 쇼케이스 룸이 있다. 가수들이 음반을 내기 전 쇼케이스를 하듯, 작가들이 자신들의 신작을 대중적으로 쉽게 선보일 수 있는 자리인 것.
아티굿띵 쇼케이스 룸은 다양한 창작 예술을 선보이는 크리에이터들의 작품을 쇼케이스하는 공간이다. 사진뿐 아니라 일러스트레이션, 조각, 문학, 건축 등 영감을 주는 창작물을 소개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며,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가고자 하는 작가들의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라미나 홈스토어 오픈과 함께 지난 10월 아티굿띵 쇼케이스의 첫 번째 전시가 한 달간 이어졌다.
드로잉메리drawingmary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이민경의 <우리집에 놀라와!>. 드로잉메리는 ‘메리사marysa’의 대표이자 출판, 광고, 브랜드 협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림 작업을 하고 있으며,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그림 스타일로 인스타그램 16만 팔로워에게 사랑 받는 작가다. 쇼케이스 룸은 전시 제목처럼 작품 속 주인공인 메리가 사는 집에 놀러 온 것 같은 공간으로 꾸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림 속 인물들의 즐거움 가득한 표정과 특유의 밝은 색감은 보는 이로 하여금 따뜻하고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12월에는 타이포그래퍼 투타입세트 전시를 비롯해 다양한 시각 예술을 창작하는 작가들의 쇼케이스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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